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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브런치] 설경 맛집 '카토'

 모처럼 쉬는 날. 그날은 때마침 아침부터 눈 내리는 날이였다. 눈이 오는 날이면 나가자는 나의 말에 항상 눈 때문에 차 끌고 나갈 수 없다, 대중교통은 싫다 등등의 갖가지 이유를 대곤 나가기를 꺼려했던 엄마는 어쩐 일인지 오늘은 어딜 갈거냐며 나를 쳐다본다. 눈오는 날마다 온갖 핑계대면서 안나갈라고 하던 사람이 무슨 바람이 불었냐고 말은 했지만 언제라도 엄마의 마음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후다닥 브런치 가게 리스트를 보여준다. 그 날 엄마가 선택한 장소는 용산에 있는 '카토'라는 곳이였다. 

 우산을 쓰고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버스를 기다린다. 엄마가 낸 세금이 추운 날 나의 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고 억울해 하지 말라며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온열의자에 앉아보라고 권한다. 오 진짜네 하며 엄마의 눈이 동그래진다. 근데 내 출근길 버스방향은 반대편인데 거긴 이게 없어. 에라이. 뭐 이런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나눈다. 

 

 

 버스에서 내려 3분 정도 걸어가면 주택집을 예쁘게 개조한 카토가 보인다. 새하얀 외관, 심플한 나무프레임의 창문과 문. 소복히 눈이 쌓인 마당이 운치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축축히 젖은 신발론 입장하기 너무 송구스런 밝고 깨끗히 빛나는 대리석바닥이 보인다. 엄마와 발매트에 최선을 다해 신발을 여러 번 구르고 문지르지만 소용없었다. 살짝 겸연쩍어하며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카운터에 있는 메뉴를 찬찬히 살폈다. 식사 메뉴로는 팬케이크, 프렌치 토스트, 라따뚜이, 라자냐가 있었고 이 외에 샐러드, 스프, 샌드위치 메뉴가 두 개씩 있었다. 카운터 옆 쇼케이스와 진열대에는 스콘, 머핀 등 여러가지 디저트들이 구비되어있었다. 우리는 라따뚜이와 라쟈냐,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켰다.

 

 친절한 사장님께서는 음식을 나르는 것을 도와주시며 너무 잘 오셨네요. 저희 가게는 눈오는 날이 제일 예쁜데 라며 앞접시는 필요하지 않은지 따뜻한 물은 괜찮은지 세심하게 우리를 챙겨주셨다. 라따뚜이에 듬직하게 올라간 닭가슴살과 라자냐의 노릇하게 구워진 치즈가 먹기도 전에 군침돌게 한다. 우리는 정갈하고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을 싹싹 비우고도 나가기가 아쉬워 까눌레와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시키고 커피를 더 리필해먹었다.

 

 카토는 눈 내리는 날을 더욱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장소였다. 창 밖을 보며 너무 예쁘다고 좋아하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엄마는 분명 내게 이렇게 말할거다. "거기 어디야. 눈 오는 날 거기. 브런치. 이름이 뭐더라? 거기 참 예뻤는데." 그럼 그 때는 "아, 거기가 뭔데!"라고 짜증내지 않고 "맞아 거기 예뻤어. 우리 거기 또 갈까?"라고 대답해야지.

 

창 밖에 눈오는 풍경이 참 예쁜데 사진에는 영 담기질 않는다

짤막한 비디오로나마 눈 오는 날 카토의 바깥 풍경을 담아보았다. 핸드폰 카메라로는 실물이 반의 반도 담기질 않아 속상하다.